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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여름밤의 티볼리

커피가 문제였던 거 같았다. 커피 외에는 답이 없었으니까. 여행 중에 배가 뒤틀어지는 건 정말 최악이었다.

스케줄이 꽉 찬 둘째 날 하필. 아침부터 오후 세시까지 잘 버텼지만, 저녁에 있을 리사이틀에 가려면 조금 쉬어야 될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 보다. 아까 보다는 훨씬 컨디션이 좋아진 거 같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말끔한 기분은 아니었다.

예정대로라면 리사이틀 시작 훨씬 전 티볼리 가든에 갔을 것이다. 회전목마 같은 놀이기구를 타며 여름의 끝자락의 코펜하겐을 마음껏 즐길 생각에, 해마다 여름이면 놀이동산을 갔었던 어린 시절 생각에, 기대가 컸던 코펜하겐 여행이었는데...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래고 놀이동산으로 들어갔다. 마법의 세상이었다. 아무리 성격이 괴판한 어른이라도 이곳에서는 아이가 될 수밖에 없을 그런 세상. 한참 동안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의 어떤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캄캄한 밤이 돼서야 리사이틀이 끝이 났고, 리사이틀 역시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앙코르 연주의 마지막 노트 까지도. 여름밤의 티볼리 가든을 걸으며 황홀했던 나는, 밤새도록 마음이 두근거렸다.

 

 

Vesterbrogade 3, 1630 København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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