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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

Vaekst 첫날 스케줄: 점심 (buka bakery) 니하운 Stroget National Museum of Denmark 저녁 (vaekst) 더보기
나홀로 코펜하겐 시작이 엉망이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전철에 문제가 있어 택시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우버 앱을 열었더니 무언가 이상했다. 검색을 해보니 코펜하겐에는 우버 택시가 없다고 나왔다. 어쩌지... 우버가 없는 도시는 처음이었다. 전철을 타려 했던 모든 사람들이 택시를 타려 아우성이었기 때문에 언제 내 차례가 올지 답이 안 나왔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버스역으로 걸어갔는데, 버스 역에도 사람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세상에... 여행 가방을 끌고 이 많은 사람들과 버스를 타는 건 정말 아닌 거 같았다. 간신히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여행지에서 시작이 이렇게 엉망인 적은 처음이었다. 시내 가까이 들어서야 짜증이 좀 숙으러 드는 것 같았다. 창문을 조금 열었더니 아까와는 다른 시원한 공기가 스며.. 더보기
별이 빛나는 밤 5층 전시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녹초가 된 상태였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두 전시회를 보는데 몇 시간이 걸렸고, 반나절 동안 서있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5층에는 고흐와 모네, 세잔의 작품들이 있다고 했기에 건너뛸 수는 없었다. 바닥에 그냥 앉아 버리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나는 거기서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만났다. 내 안의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했다. 진한 감동, 아름다움, 고흐의 고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지만, 살면서 몇 번이나 만날지 모르는 귀한 순간이었다는 건 알았다. 그 푸른 밤하늘의 별들을 떠올릴 때마다 오늘 느낀 감동을 되새기며 행복할 것 같았다. Esplanade Valéry Giscard d'Estaing 75007 Paris 더보기
6월의 파리 파리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동네 버스를 탔는데, 처음 보는 할머니가 뭔가를 내밀며 "가질래?"라고 물었다. 조금 당황해 대답을 못했더니 할머니는 "공짜로"라는 말을 덧붙였다. "루브르 박물관 매거진인데, 나는 멤버여서 또 하나 얻을 수 있거든." 그제야 나는 겨우 대답을 했다. "아, 네... 저도 오늘 이 전시회 보러 루브르에 가요." "나도 오후에 가는 데 우리 거기서 또 만날 수 있겠구나!" 할머니는 진심으로 반가운 듯 대답했다. 나는 할머니가 준 매거진을 가지고 기차에 탔다. 온통 다 불어였다. 나는 할머니가 영어 카피를 줬다고 생각했는데... 파리 시내로 가는 기차 안은 이미 더운기가 가득했다. 한 여름 무더위도 이런 더위가 없었다. 뉴욕처럼 가는 곳마다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게 아니라 오늘 하.. 더보기
오디세이아 작년에 새로 번역된 오디세이아를 동생이 사줬다. 침대 옆에 뒀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진도를 빼지 못했는데, 이번에 안시에서 읽어보겠다 다짐을 하고 챙겨 왔다. 있는 게 시간뿐이었으니까. 대학 때 읽고 나서 처음으로 다시 읽는 거였는데, 그때는 도대체 제대로 읽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새롭게 다가왔다. 어쩌면 안시 호수라는 배경이 너무 근사해서 그랬는지도. 순간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에 앞을 바라보면 맑고 푸른 물 위로 오디세우스가 탄 배가 나타나도 놀랍지 않을 것 같은 그림이었다.  매일 같은 일상이 지루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단조로운 삶의 매력에 움직이는 나를 보며 많은 생각이 스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내가 쫓고 있는 모든 것들은 도대체 진정 의미 있는 것들인지. 나는 왜, 무엇을 그리.. 더보기
Le Petit Thiou 안시 맛집 le petit thiou 더보기
호숫가 마을 안시에 다시 오기로 하고부터 얼마나 오월의 마지막 주를 기다렸는지 모른다. 가족 여행 때 왔었던 안시의 여름날을 그동안 얼마나 되새겼는지... 그때 우리 가족 모두 안시의 마법에 빠졌었다. 동화 속 같은 마을과 눈물 날 만큼 빛났던 호수, 그리고 매일 기대했던 젤라토 먹는 오후 시간. 이번에는 조금 길게 있을 예정이었다. 하루 일과가 명소들로 빼곡히 채워진 여행이 아닌 빈둥대는 여행일 것이고, 진정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여행이 될 것이었다. 그래도 계획이 한 가지 있다면 패러글라이딩을 하기로 한 것. 가는 곳마다 패러글라이더들이 하늘 높은 곳에서 우아하게 움직였던 그 해 여름, 다음을 얘기하면서 다짐했었다. 다음에는 꼭 하늘을 날아 보겠다고. 그리고 그 막연했던 다음이 실현이 되었다. 안시에 다시 왔고.. 더보기
봄날 퐁텐블로의 봄은 처음이었는데, 하늘이 얼마나 활짝 웃고 있는지, 호수가 얼마나 잔잔하고 평화로운지 어깨가 저절로 느슨 해졌어. 앞으로 몇 번이나 이곳의 봄을 볼 수 있을까 그런 애틋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오후였어. 아침이면 할머니 빵집에서 사 오는 크라상, 운이 좋은 날이면 초콜릿 케이크까지 덤으로, 치즈가게의 상냥한 가족이 챙겨주는 프랑스 치즈, 그리고 고깃집 사장님네서의 식사.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뒤로 해야 되는 날이 올 거라는 사실에 마음이 짠했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