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일정을 밀라노로 정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뉴욕으로 가는 직행이 있다는 거, 또 스위스에서 기차로 그리 멀지 않다는 거.
언젠가는 밀라노에 가볼 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에 이번에 이렇게 오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처음 간 곳은 갤러리 임마뉴엘이었는데, 나는 확실히 이탈리아의 영혼을 사랑하는 게 분명했다.
내 안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늘 반응을 한다.
늦은 오후가 되도록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해 갤러리 안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았냐면, 웨이터 아저씨가
실수로 진저에어를 쏟아 차가운 진저에어 벼락을 맞았는데도 짜증 나지 않았다. 그곳에 앉아 있던 나는, 행복의 절정에 있었던 것이었다.
스위스에서의 일주일이 쉬운 건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의 체력을 생각해 밀라노에서의 첫날은 느슨했다.
모든 게 충분했다. 그런데 마음 한편으로는 불안을 느꼈다. 이 행복이 깨질 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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