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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사랑의 시작

내가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게 된 건, 어쩔 수 없이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 때문이었다.

아드리안 피자 바도 뉴욕의 여느 레스토랑과 다를 게 없었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테이블 때문에 보니 아니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일이 생긴 것이었다.

 

두 사람은 조금 긴장한 듯했고,, 그 잠시의 침묵도 끔찍하게 불편했던 것이었는지 자꾸 말을 많이 하려는 남자의 시도에서, 나는 내가 그들의 첫 데이트를 목격하고 있음을 짐작했다.

 

두 사람은 십 인치 짜리 피자를 하나씩 시켰고, 긴장한 탓이었는지 여자는 피자를 반도 먹지 못하고는 

배가 부르다며 피자를 테이블 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얼마 동안 그들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그렇게 한동안의 어색함을 감당하고 난 이후 둘 사이에 흐르는 대화와 분위기는 한결 자연스러워진 듯했는데,, 요즘 날씨, 뭐 그런 사소한 것들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둘은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우리가 시킨 피자가 나왔고 나는 내 앞에 앉아있는 친구에게 신경 써야 했지만 둘의 운명이 이 자리에서 결정될 거라는 생각에 좀처럼 관심을 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은 둘이서 같이 할 수많은 처음의 시작일까. 아니, 어쩌면 둘은 다시는 만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혼자 바란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며, 때를 쓴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닌, 우리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우리 마음이니까. 그래서 사랑은 작은 기적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것일까. 나는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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