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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별 하나, 별 둘, 별 셋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밤이 깊어서였는지,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였는지, 여름이었는데도 바람이 싸늘했다.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별들이 꼭 내 얼굴로 떨어질 것 만 같았다. 영롱하게 빛나는 별들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웠고 이상하게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그런 힘이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신비였다.

 

세상에하늘 좀 봐. 난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본 적은 없는 거 같아.”

 

그제야 레베카도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렸을 때, 메인으로 여름 캠프 같은 거에 다녔었거든. 거긴 진짜 별이 수놓은 것처럼 많아. 모닥불 피워놓고 마시멜로 구워 먹으면서 별구경 정말 많이 했는데.”

 

그녀의 그 말에 부러움의 탄성이 세어 나왔다.

그곳에서 보는 밤하늘은 어떨지 궁금했고, 그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고 나면 내 마음도, 내 태도도 유연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반짝임 만큼 행복해질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롱아일랜드로 처음 여름휴가를 갔던 해,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에 갔었는데, 레베카의 그 제안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근사하고 낭만적인 일이었기에 나는 흔쾌히 그러겠다며 나섰었다.

한 여름 태양이 가장 뜨거울 때 우리는 해변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고, 그때까지는 모든 게 완벽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어 나는 세 시간 동안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했다.

그때 그 뜨거운 태양에 노출됐던 내 허벅지는 일 년이 지나도록 원래 피부색을 찾지 못했고, 그 이후 나는 단 한 번도 롱아일랜드에서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게으른 날에는 느지감치 일어나 아침을 먹고 종일 아무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빈둥거리다 늦은 오후가 되면 수영장에 들어가 커다란 튜브 위에 올라가 물 위에 둥둥 떠있는 시간은 묘하게 즐거웠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듯 가득 찬 기분, 또 평온을 느끼기도 했다.

그곳의 공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롱아일랜드에서는 늘 더 깊이, 더 달게 잠을 자는 것 같았다. 몇 일째 잠을 못 잔 사람처럼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곯아떨어지기도 하며, 낮잠을 밤 잠처럼 오래 자기도 하고, 또 아주 짧은 낮잠을 잤는데도 기운이 막 솟아오르기도 한다.

해질 무렵이 되면 밖에서 불을 피우고, 그날 사온 옥수수를 구워 먹고, 또 복숭아를 살짝 구워 아이스크림이랑 먹는 재미 또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이렇게 추억은 해가 갈수록 늘어가지만, 내게 롱아일랜드의 여름이 좋은 이유를 말해 보라 하면, 딱 한 가지만 꼽아 보라면, 나는 주저 없이 말하겠다. 도시에서도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밤이면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길 만큼 아름다운 그곳의 밤하늘이 제일 좋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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