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었다. 루브르에 처음으로 갔던 날, 조각상과 나무로 채워진 그곳까지 가게 된 건. 목적지가 없이 돌아다니다 얼떨결에 만난 그곳의 아름다움에 분명 놀랐었고,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마음에 간직하고 있던 그곳을 나는 이번 파리행에 다시 찾아가리라 마음먹었다. 오래전 느꼈던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그 공간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그곳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다시 일어나 조각상들을 둘러보고, 또 빈자리가 있으면 앉아있다 또 돌아보고. 그러기를 반복. 그리고 나는 그곳에 앉아 너를 생각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너를 생각했다. 오래 그리웠던 곳, 아름다운 그곳에서 나는 네가 내 마음으로 들어와 버린 걸 인정했다. 어쩌면 한 여름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밖에 남을 수 없는 너 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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