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 나는 얼마 전 새로 발견한 커피숍으로 향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그리고 초콜릿 크라상. 행복이 별거 있나 라는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내 마음 가짐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닐까. 나는 늘 내가 갖고 있지 않을 걸 바라봤던 것도 같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도 감사함도 없었다. 철이 드는 걸까. 하여간 요즘은 내 마음이 조금 더 너그러워졌다.
또 오늘은 V&A 뮤지엄에 가기로 마음먹은 날이었다. 런던에 와서 처음으로 V&A에 간다는 것보다는, 새로 경험하게 된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벅참 때문에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뉴욕에서는 맨해튼에 있는 뮤지엄에 가려면 45분은 걸렸다. 적어도. 쉬는 날 뮤지엄 다녀오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그랬기 때문에 뮤지엄에 가려면 정말 날을 잡아야 했다. 다른 모든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토요일은 무조건 집에 있는 날이었다. 아주 드물게 밖에 나가기도 했지만. 그런데 지금은 걸어서 뮤지엄에 갈 수 있다. 주말 오후를 뮤지엄에 다녀오는 걸로 끝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고, 원하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한 시간을 있던 삼십 분을 있던, 아무런 시간 부담 없이 뮤지엄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나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면 아주 빨리 그런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모든 일이 일어날 거라는 착각. 그런데 오랫동안 그렇지 못했다. 실망의 마음이 조금 있기도 했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우리는 모두 꿈을 꾸고, 때로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하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겨서 나는 지금 다른 도시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것에 소중함을 생각하며 지금을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