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도착해서 별 어려움 없이 이사까지 하게 되었다. 두 달간 있었던 홈에서 주방 싱크대에 물이 세고, 하루는 찬물이 나오지 않고, 하루는 뜨거운 물이 꽐꽐 나오지 않았던 거 빼면 두 달간의 생활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새로 이사한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타운 하우스 였다. 또 집주인이 새로 사준 침대, 주방 옆 테이블, 그리고 책장을 빼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앉아있을 의자가 없었지만 그것도 열흘을 넘게 버텼다. 내가 상상하고 계획했던 런던 집에는 가구가 있는 집이었는데 그것 또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다행히도 친구 미셀이 가까이 살아서 친구집을 내 집 드나들듯 했다.
그 모든 불편함과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보일러 문제였다. 어째서 내가 이사 온 동시에 보일러에 문제가 있는 걸까. 보일러에 문제가 있다는 건 집이 춥다는 것과 뜨거운 물이 없다는 거였다.
금요일 날 깨끗하게 고쳤어야 할 문제가 토요일로 이어졌고 일요일도 마찬가지였다.
가을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는 바깥바람이 하루아침에 너무 차가워졌고 집은 썰렁 그 자체였다.
보일러를 켰다 껐다를 반복하다 운이 좋으면 보일러가 들어오곤 했는데 그러다 지 마음대로 멈춰 서기도 했다.
미칠 노릇이었다. 밤이 깊어지는데 오늘은 정말 보일러가 들어올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오 주여...
포기하기 직전, 히터에서 소리가 났다. 히터 앞으로 가 손을 얹어보니 따뜻한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빨리 샤워를 해야 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일이었으니까.
따뜻한 물이 꽐꽐 나오는 샤워를 하면서 생각했다. 이 얼마나 사소한 일인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불편함이었다.
찬 손과 몸을 녹이면서 나는 그 따뜻함을 마음껏 즐겼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