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왔다. 인도에서 뉴욕으로 돌아가는 길, 런던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가는 거였다. 그렇게 하면 비행기 표가 훨씬 싸다고 했다.
우리 집에 도착한 친구는 내가 저녁상을 차리는 동안 3주간 인도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줬다.
3주 동안의 여행이 얼마나 피곤했을까 가늠이 안되었다. 그런데 밖에 나가는 걸 마다하고 집에 있고 싶다고 하는 친구의 말에 얼마만큼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왜냐면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이 친구는 그럴 일이 없었다. 밖에 나가는 걸 그 누구보다 사랑하니까.
나는 전날 만들어 놓은 닭백숙이랑 간단하게 조리한 버섯과 브로콜리를 내놓았다.
십 년을 넘게 안 사이인데 처음이었다. 이렇게 내가 밥을 차려준 건. 친구는 나의 다른 모습을 십 년 만에 본다며 새롭다고 했다.
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돌아보니 친구는 소파에서 곯아떨어져 있었다.
다음날 우리는 동네 브런치 카페에 갔다. 그곳 브런치랑 세프를 너무 좋아하는 미셀의 추천이었다.
오랜만이었다. 다른 사람이 차려주는 밥상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자주 요리를 해서 그런지, 자신감이 하늘을 찔러, 이 정도 브런치는 뭐 나도 할 것 같았다.
Sunday @ Belle Vue: Rowland Hill St, London NW3 2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