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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런던 일기 17

뉴욕에서 알던 회사 선배가 나보다 10개월 전 런던으로 오게 되었다. 런던 오피스에서 아는 얼굴을 보는 것도 너무 반가웠는데, 선배는 자신이 런던으로 와서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며 나를 챙겨줬다. 런던으로 도착 한 다음 주 주말, 런던에 사는 뉴욕 사람들과의 저녁 모임을 주선하기도 했다.

 

별문제 없이 런던 생활에 적응하고, 해결해야 되는 많은 집안일을 해결하고 숨을 고르고 보니 12월이 되었다. 선배는 크리스마스는 미국으로 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거라 했는데, 그전에 크리스마스 파티는 하고 갈 거라고 했다. 그 말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나는 런던에서 지낸 3개월이 외로움의 반복일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인정했다. 아무리 나 자신이 독립적이라 생각하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 잘 지낸다고 해도 말이다. 집에 가면 아무도 없었고,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면 진짜 아무도 보지 않았다. 이게 나의 새로운 삶이었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 이었지만, 또 가끔씩 상상해 봤던 삶 이지만, 한번도 외로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선배는 집에 초대된 손님들에게 쿠키를 구워 오라고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모두가 쿠키를 나눠가면 된다고.

나는 미셀네서 쿠키를 구웠다. 그리고 우리는 쿠키를 예쁘게 포장해서 선배네로 향했다.

선배가 얼마나 정성을 들여 파티를 준비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무알콜 음료야. 따뜻하니까 마셔."

선배는 섬세하기까지 했다.

 

아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소개 받았다.

선배네 집은 외로운 영혼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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