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새로 번역된 오디세이아를 동생이 사줬다. 침대 옆에 뒀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진도를 빼지 못했는데, 이번에 안시에서 읽어보겠다 다짐을 하고 챙겨 왔다. 있는 게 시간뿐이었으니까. 대학 때 읽고 나서 처음으로 다시 읽는 거였는데, 그때는 도대체 제대로 읽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새롭게 다가왔다. 어쩌면 안시 호수라는 배경이 너무 근사해서 그랬는지도. 순간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에 앞을 바라보면 맑고 푸른 물 위로 오디세우스가 탄 배가 나타나도 놀랍지 않을 것 같은 그림이었다.
매일 같은 일상이 지루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단조로운 삶의 매력에 움직이는 나를 보며 많은 생각이 스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쫓고 있는 모든 것들은 도대체 진정 의미 있는 것들인지. 나는 왜, 무엇을 그리 쉬지 않고 쫓는지...
안시에서의 마지막 날도 어김없이 호숫가에 가서 책을 읽었다. 그날은 해가 지고 하늘이 깊은 파란빛이 될 때까지 벤치에 앉아 그 평화로운 호수를 바라봤다. 세잔이 말했던 안시 호수의 아름다움은 그 늦은 밤까지도 이어졌다. 다시 돌아오는 날에도 여전히 아름다울 안시, 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