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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6월의 파리

파리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동네 버스를 탔는데, 처음 보는 할머니가 뭔가를 내밀며 "가질래?"라고 물었다.

조금 당황해 대답을 못했더니 할머니는 "공짜로"라는 말을 덧붙였다.

"루브르 박물관 매거진인데, 나는 멤버여서 또 하나 얻을 수 있거든."

그제야 나는 겨우 대답을 했다.

"아, 네... 저도 오늘 이 전시회 보러 루브르에 가요."

"나도 오후에 가는 데 우리 거기서 또 만날 수 있겠구나!"

할머니는 진심으로 반가운 듯 대답했다.

 

나는 할머니가 준 매거진을 가지고 기차에 탔다. 온통 다 불어였다. 나는 할머니가 영어 카피를 줬다고 생각했는데...

 

파리 시내로 가는 기차 안은 이미 더운기가 가득했다. 한 여름 무더위도 이런 더위가 없었다. 뉴욕처럼 가는 곳마다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게 아니라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됐다. 6월의 파리는 이런 얼굴이 아닌데...

내가 처음으로 파리를 만났던 날은 6월의 어느 맑은 날이었다. 그때 파리의 공기가 얼마나 달콤했는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행복했던 기억 때문에 마음이 두근 거린다. 이번에 만나는 파리는 조금 다르겠지만, 마음이 설레는 건 여전했다.

혼자 전시회에 가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마레 지구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 조금 느슨하게 파리를 볼 수 있는 거.

그 잔잔함속의 파리는 여전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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