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몇 번씩 내셔널 갤러리에 가면서도 테이트 모던은 거부했었다. 스무 살의 나는.
아마도 현대 미술이 어려워서 그랬을 것이다. 내 감성과는 별로 맞지 않다고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테이트 모던에 보고 싶은 전시회가 있어 날을 잡았다.
두 명의 예술가의 일과 삶을 그려낸 전시였다. 둘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을 움직였던 공통된 영감 때문에 이번 전시회를 진행한다고. 처음은 비슷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둘은 많이 멀어졌다. 각자의 길을 찾아 간 거였다. 자신만의 색깔을 발견한 거였다.
마지막 룸은 힐마 아프 클린트의 거대한 작품들로 가득했다. 어떠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닌 거 같았다.
사람들이 룸을 떠나지 않고 한참을 있는 걸 보면. 이렇게 무언가를 남긴다는 거, 정말 멋진 일이 아닌가. 사람이 이 세상을 살면서 느낀 모든 감정, 겪었던 모든 일, 그 후에 남았던 흔적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특별한 일이었다.
마지막 룸을 나와 뮤지엄 숍에서 전시 카탈로그를 골랐다. 우리에게 남겨진 선물을 잊지 않고 늘 기억했으면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