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

가면

아주 예전에 친구가 부모님과 크루즈를 다녀오면서 선물로 베니스의 가면, 두브로브니크에서는 거울을 사다 준 적이 있다.

그때 그 가면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늘 베니스에 가게 되면 기념으로 근사한 가면을 사야지 생각했었다.

보이는 가면을 다 훑어봐도 마음에 드는 걸 못 찾다가 엉뚱한 곳에서 내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손으로 공책을 만드는 주인아저씨는 조카가 만드는 물건들로 가게 앞을 가득 채워놨고, 그곳에는 집으로 가져오고 싶은

물건들이 넘쳐났다. 그중 가면을 하나만 골라야 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주인아저씨는 베니스에서 태어난 베니치안이었고, 내게 어디서 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베니스는 처음인지 물었다.

곤돌라를 탈까 말까 고민이라고 했더니 아저씨는 다음에 오면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며 곤돌라는 관광객들이나 타는 거라고 말했다.

진짜 베니스를 보려면 한 달은 있어야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야 베니스를 조금 알아갈 수 있다고.

베니스에서 한 달이라. 정말 꿈같은 말이었다.

 

선물로 하나 고르라며 아저씨는 바구니를 가리켰다. 아주 작은 공책들이었는데, 이걸 어디다 쓰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내게,

비밀을 적어두면 된다고 아저씨는 웃으며 말했다. 베니스의 가면을 볼 때면 나는 베니스의 상인의 따스함을 기억하며, 어쩌면 그

꿈같은 베니스에서의 한 달이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설렌다.

 

 

Madoneri - Salizzada dei Greci, 3310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슬 힐  (0) 2024.09.22
베니스의 마법  (0) 2024.09.15
Hostaria Castello  (1) 2024.09.05
베니스 갤러리  (0) 2024.09.02
Paris shops  (0) 202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