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나에게 보내지는 유일한 편지

편지 한 통이 내 앞으로 왔다.

겉 봉투만 보고도 누가 보냈는지 알만한 그런 편지였다. 봉투를 뜯어보니 매번 그렇듯이 짧막히 쓴 편지, 연필로 그린 그림 그리고 너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너의 편지를 받을 때면 나는 몇 번을 읽어보고 볼 때마다 몰라보게 커가는 너의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곤 한다. 만나 본 적이 없는 너를 알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

 

연필로 쓴 편지 내용은 이랬다.

사랑합니다. 나의 친구.

 

 

처음이었다. 그렇게 개인적이고도 마음을 담은 편지 내용은. 네가 마음을 표현하고, 생각을 전달할 만큼 자랐다는 증거였다. 그걸 쓰기 전에 다른 내용의 무언가를 썼다 지우개로 지운 흔적이 보였다.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던 걸까.

아니다. 너의 마음을 다 표현 하기에 그 어떤 말보다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는 걸 너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멀리 있는 친구가 지금 필요로 하는 말이 그 한마디였음을 아는 듯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여인의 진지함  (0) 2018.06.25
우리 모두에게 한 번쯤은 찾아왔을 법한 시간  (0) 2018.06.23
꼬마 숙녀  (0) 2018.06.21
봄의 시작  (0) 2018.06.18
스무살  (0) 2018.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