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한 여인의 진지함

다른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나지만 때로는 알고 싶고 궁금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너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궁금해했던 사람.

너의 진지함 때문이었을까. 아님 너의 시크하고 매력적인 모습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네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날 너는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헝클어진 머리를 질끈 묵고, 늘 그랬던 것처럼 노트북을 앞에 두고 앉아있었다. 어느 날엔 검정 터틀넥에 정장 바지를 입고 높은 힐을 신어 멋진 커리우먼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때론 진정 무신경한 옷차림에 오늘은 늦잠을 잤어요, 아님 난 지금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런 인간적인 모습도 나쁠 리는 없었다. 난 너의 그런 모습조차 좋았다. 넌 그만큼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람일 것 같았으니까.    

 

너를 처음 본 날은 내가 구내식당에서 우동 한 그릇을 비웠던 날이었다. 창가 옆 맨 마지막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네가 보였던 것이었다. 그 후로 내가 우동을 먹으러 갈 때면 어김없이 널 보게 되었고, 너는 늘 같은 모습이었다.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기도, 손톱을 물어뜯으며 멍하니 앉아있다 갑자기 노트북 자판을 빛의 속도로 두들기기도 했다.

너에 대한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지만 그렇다고 네 앞에 불쑥 나타나 뭘 하고 있냐고 물을 수도 없는 일. 정말 흥미로운 무언가를 하고 있을 수도, 아님 시시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난 너에 대한 궁금증을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영영 너에 대해서 모르기로 했다. 그러는 편이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을 테니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맵고 뜨거운 것  (0) 2018.06.27
허기  (0) 2018.06.26
우리 모두에게 한 번쯤은 찾아왔을 법한 시간  (0) 2018.06.23
나에게 보내지는 유일한 편지  (0) 2018.06.22
꼬마 숙녀  (0) 2018.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