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초 냄새가 났다. 무거운 문을 밀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그곳에서는 바깥세상의 모든 걸 잊을 수 있었다.
그곳의 성스러움이, 그곳의 고요가 내 마음에 이는 파도를 다스리는 듯했다..
일주일에 두어 번 그곳을 찾아갔지만 생각해보니 단 한 번도 그 누구와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것 또한 나에게는 작은 기적 같은 것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분 앞에서 어떠한 방해도 없이 나일수 있었고, 울 수 있었고, 그 시간으로 인해 모든 걸 견딜 수 있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의외로 편해졌던 것도 같다. 이해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던 거 같기도 하다.
끝나지 않을 거 같았던 그 시간은 신기하게도 지나갔다.
얼마 전 계획에 없었던 여행을 하게 되었다.
친구를 따라 크라쿠프에 가게 되었고, 친구가 크라쿠프에서 몇 시간 떨어진 마을에서 있을 결혼식에 다녀오는 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크라쿠프에 사는 부부가 일러준 대로 나는 그곳에 도착한 다음날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라는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갔다.
성당 안에 들어서자 익숙한 초 냄새가 났다. 아주 오랜만에 맡는 향이었다.
성당에 들어온 유럽인들은 무릎을 굽히고 성호를 그었고, 어떤 이들은 무릎을 꿇은 채 오래 기도했다. 뒷자리에 앉아 성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한동안 지켜보던 나는 내가 거기 앉아있는 게 우연이 아님을 느꼈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곳에 갔는지, 무얼 해야 되는지도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