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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끌림

친구가 이스라엘 여행에서 돌아왔다.

열흘이나 되는 여행이었는데, 여행 중간중간 사진을 보내주며 잘 지내고 있음을 알려주던 친구는 뉴욕에 돌아오자마자 전화를 했고, 난 그녀의 목소리에서 이번 여행이 굉장했음을, 그녀가 여행을 통해 많은 걸 얻었음을 느꼈다.

 

여행에 있어서 어떠한 상상도 할 수 없는 곳과 나의 상상력을 동원해 어렴풋이 그려 볼 수 있는 곳, 그렇게 둘로 나눈다면, 이스라엘은 상상이 되는, 머릿속에 그려 볼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랬지만 친구의 아이폰에 저장된 많은 사진들이 내가 그려보았던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음은 신기한 일이었다.

 

그곳의 날씨는 견디기 힘들었고, 마침 때는 여름이었는데, 에어컨 없이는 잠을 못 자는 모녀는 여행 내내 힘이 많이 들었다 했다. 별 다섯 개 특급 호텔은 별 두 개도 아까울 곳이었고, 얼음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을 얻겠다는 말과 비슷한 말이었고, 가는 곳마다 더워서 짜증이 솟구쳤으며, 아빠 없이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모녀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사람들은 너무 많았다 했다. 그렇게 여행 중 어려웠던 일들을 말하는 그녀의 불만들은 왠지 불만 같이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그 모든 불편함과 어려움을 잊을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바다를 봤으며 예루살렘의 거리를 혼자 누비며 행복했다고. 혼자 많은 생각을 했다고사해에서 나오는 미네랄로 만든 핸드크림과 예루살렘 시장에서 샀다는 목걸이를 선물로 내밀며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살면서 한 번은 이스라엘에 다녀오라고, 꼭 그렇게 하라고.

이번 여행의 여운이 그녀 안에 한동안 남아 있을 거라는 걸 느꼈다. 

 

 

그녀가 이스라엘에 다녀온 이유는 그녀를 키워 준 부모님의 뿌리를 찾아갔던 거였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아무런 스스럼없이 자신이 입양아라고 말을 했고,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잠시 멍히 그녀를 쳐다봤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우리가 같은 수업을 여러 게 들으면서도 서로에게 한 마디도 안 하다 겨우 말을 튼 지 며칠이 안 지나서 일이었고, 나라면 그렇게 담담하게 그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기도 했다. 

친구 집에 초대받아 다녀온 후에야 나는 그녀의 그 솔직함이, 담담 함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부모님과 친구, 이렇게 세 식구는 그 어떤 숨김도 없는 듯했는데, 그 안에는 지금 부모님은 왜 입양을 하게 되었는지, 친모는 왜 입양을 보내기로 했는지, 그 모든 게 포함되어 있었다. 그 모든 걸 오늘 점심에 뭘 먹었는지 말하는 것처럼 무게를 두지 않는 듯했다. 속 마음이 어떤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겉으로는 그랬다. 무지 어렸고 가난한 농부의 딸이었다는 친모에 대해 그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건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한 여름의 더운 바람이 맴돌던 저녁이었다. 해가 지고 어두워져 서야 친구의 여행 이야기는 끝이 났다. 나는 문득 묻고 싶었다

거기서 무슨 생각을 했냐고누군가의 존재를 궁금해 하지는, 그리워하지는 않았냐고 묻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그러지 않았을 리 없다는 걸 나는 알았다. 내가 그녀의 마음을 그렇게 읽었던 것처럼 그녀도 내가 말로 할 수 없었던 위로를 마음으로 느꼈으면 하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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