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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너에 대한 후회

우리가 만나기로 한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는 빗소리 때문인지 더 울려왔고, 더 마음에 와 닿았고,

그래서였는지 나는 그날 더 감성적이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는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우리의 첫 만남을,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너를 만났을 때 느꼈던 좋은 감정, 너무나도 확실했고 부인할 수 없었던 좋은 느낌.

그때도 지금도 난 그것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는 나에 대한 사소한 많은 것들을 기억해주는, 나의 취향과 습관을 좋아해 주는 친구였습니다.

내가 노란 장미를 좋아한다는 거, 여름이면 해바라기를 봐야 기분이 좋다는 거, 내가 좋아하는 

샐러드에는 뭐가 들어가는지. 때로는 내가 읽고 있는 책을 같이 읽기도 했고, 그런 너는 나에게 

어떠한 기쁨이 되었고 점점 소중해졌지만 난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바에 앉아있는 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잠시, 아주 잠시 너의 옆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온걸 어떻게 알았는지 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봤고, 환하게 웃으며 보고 싶었어라는 말로 나를 반겼습니다.

그렇게 다시 너를 보니 그동안 내가 너를 보고 싶어 했음을 새삼 느꼈고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습니다

매일 보던 너를 못 보게 된 게 아무렇지 않았을 리 없었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너를, 그동안 나는 

내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했던 건 왜일까요.  

 

우리는 창가 자리에 마주 앉아 그동안의 얘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자주 창 밖을 내다보며 그칠지 모르는 

빗줄기를 바라보았고, 자주 웃었으며, 자주 서로를 놀렸고, 또 자주 우리 사이에는 침묵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일어서야 할 때가 지나고도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우리는 선뜻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그곳을 나왔을 때도 비는 여전히 내렸고, 우리는 아무 말없이 빗 속을 걸었습니다.

헤어져야 하지 시점에서 너는 나와 같은 전철을 타겠다며 전철역 안으로 들어갔고, 이제 자주 보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 이라며 갈 수 있는 곳까지 같이 가겠다 너를 빤히 쳐다보는 나를 안심시켰습니다..

 

 

전철 안이 갑자기 시끄러워져 둘러보니 퍼포먼스를 하려는 학생들이 우르르 전철에 올라타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을 지켜보던 넌 너도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가끔씩 전철역에서 또는 거리에서 트럼펫 연주를 

해서 용돈을 벌어 쓰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건 처음 듣는 얘기였고 그때 난 깨달았습니다. 내가 너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네가 나를 아는 만큼 나는 너를 모른다는 걸. 또 앞으로 내가 너를 알아갈 기회는 

사실 없다는 것도 난 그때 깨달았고, 네가 나를 남겨두고 간 뒤 혼자 남은 난 어쩌면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너를 

그렇게 그냥 보낸 걸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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