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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기다린다는 거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그때 내가 굳이 거기까지 갔던 건, 잠깐이라도 너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던 거 같다

그 추운 겨울날 그 늦은 시간에 굳이.

아마도 나는 우리 사이에 해야 될 얘기가, 풀어야 될 얘기가 있다 생각했던 것도 같다.

그저 너의 마음을, 너의 생각을 알고 싶었던 것도 같다.

 

강바람 때문에 미트패킹은 늘 다른 동네보다 훨씬 추웠다.

나는 아무도 없는 한적한 거리를 서둘러 걸었고, 다행히 친구들이 모인 장소를 금방 찾아갔다.

아는 얼굴들 사이에 너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 모이기 시작했으니 금방 오겠지. 난 그리 생각하고 다른 친구들 사이에 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났다. 너는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시계를 봤다.

오래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하고 난 다시 친구들 사이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날 모임의 주인공이었던 친구가 말했다

네가 오지 못 할 거라고. 순간 나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시간이 늦었다는 핑계로 먼저 일어섰다.

 

차라리 잘 된 거라 생각도 했다. 지금까지 어긋났던 많은 순간들이 떠올랐고 오늘 이 마지막 어긋남으로 

나는 우리 사이에 존재했던 모든 가능성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돌아가는 길은 어째서인지 추위도, 바람도 견딜 만했다. 그래서 조금 천천히 걸었던 것도 같다.

아까는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곳은 정말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근사한 동네였다

뉴욕의 모든 것과 떨어져 있는 듯한 그 느낌까지도 근사했다.

아이폰을 꺼내 아무도 없는 거리를 사진에 담았다. 그때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그 순간의 아름다움은 모든 걸 덮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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