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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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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받은 책갈피에 새겨진 그림이 마음에 들어 한참을 들여다봤다.

집에 와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그 그림을 그린 화가를 찾아보고, 그가 그린 수많은 그림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또 그의 그림이 전시된 갤러리 웹사이트를 찾아봤다.

좋아하는 화가가 한 명 더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시간이 꽤 지난 후로 기억된다.

어느 토요일 오후, 그의 그림을 보러 가겠다 마음먹었고, 마음먹은 만큼 난 오래 그곳에 있을 작정이었다.

 

타운하우스를 갤러리로 쓰고 있었는데, 이층 전시 룸의 공기는 서늘했고, 천장은 높았으며, 여름 햇살이 커다란 창문들을 통해 스며들고 있었다. 그 어떤 그림을 보기도 전에 내 마음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림을 둘러보는 내내 나는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해졌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게 궁금해지는 것처럼 나는 그의 그림을 보면서 그를 알고 싶어 했다.

그는 분명 열정적인 사람이었을 것 같았고 또 누군가를 많이 사랑했던 거 같았다.

 

 

그리고 또 시간은 지나갔다.

공휴일 전 금요일, 일찍 퇴근해도 되는 날이었고 나는 금요일 오후 생긴 자유시간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갤러리에 가기로 했다. 그냥 문득 그러고 싶었다. 그의 그림들을 보고 싶었다.

 

몇 년만 이었지만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곳의 공기는 여전히 기분 좋게 서늘했고, 하루 종일 있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나는 한참 동안 벤치에 앉아 그림을 봤다.

 

갤러리를 나오는 길, 나는 습관처럼 갤러리 북 스토어에 들렀다.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밀레나에게. 카프카가 사랑했던 여인 밀레나에게 보낸 편지 모음집. 그리고 난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곳을 찾을 때 난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걸. 어쩌면 조금 외로웠다는 걸. 그의 그림을 보면서 위로받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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