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디를 알게 된 건 캘리포니아에서 온 언니 때문이었다.
잠시 뉴욕에 머무를 예정이었던 언니는 뉴욕에서 가볼 만한 곳들을 포스트잇에 쭉 적어 왔고,
뉴욕에 살면서도 세렌디피디를 모른다는 답답한 나에게 세렌디피디에 대해 설명했다.
세렌디피디라는 영화의 배경이었던 그곳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그 영화는 또 얼마나 낭만적인지, 영화 속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아, 이렇게 우리는 사랑 이야기에 약하다.
처음부터 세렌디피디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아마도 영화 이야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신비로운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았고,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도 같다.
그때 난 영화 속 에서나 일어나는 일들이 평범하게 일어날 수 있을 거라, 그만큼 아름다울 거라 믿었던 것도 같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다.
주말 저녁이었는데 저녁을 시켜먹고 소파에 누워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 문득 그 영화가 보고 싶었다.
정작 한번도 그 영화를 찾아보지 않았었고, 그곳에 마지막으로 갔던 건 이미 오래전이었다..
영화 속에서 다시 본 세렌디피디, 영화를 통해 보는 뉴욕, 놀라울 만큼 새로웠다. 한 번도 눈길 준 적 없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고,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사는지, 지나치고 있는지 새삼 느꼈다.
그리고 난 영화를 보는 내내 네 생각을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난 너와의 모든 기억이 없었던 일처럼 지워졌다 믿었는데 말이다.
영화의 끝 즈음에 남자 주인공이 어렵게 다시 자기 앞에 나타난 여자 주인공을 보고 눈물을 흘렸을 때, 누워서 그 장면을 보던 내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Serendipity
225 E 60th Street
New York, NY 1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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