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기분이었다.
네가 살 던 집을 그렇게 빈 채로 보는 건.
나는 그 이상한 기분이 무엇인지 몰라, 너의 빈 집을 한 번, 두 번 둘러보았다.
커다란 거실 창문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 온 집안을 환히 비추었다.
거실 한가운데 서있던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이 집에 있는 동안 따뜻했을 테니까.
너의 빈 주방에 서서 나는 네가 얼마 전부터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신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그건 너의 취향이며, 너의 섬세함이며, 너의 위로였겠다.
아침마다 주방에서 커피를 내렸을 너의 모습을, 이곳에서 숨 쉬고 살아왔을 너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너의 흔적이, 너의 손길 가득한 너의 집에서.
그런데 여기서 행복하지 못했던 너를 생각하는 건, 그건 여전히 쉽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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