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었다. 친구네 놀러 갔다 친구가 아버지와 통화하는 걸 옆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친구는 아버지에게 점심을 드셨냐고 물었고, 그때 난 내가 직접 누군가에게 들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꼈다. 그건 어떠한 따스함, 다정함, 그리고 누군가를 깊이 생각하는 마음, 뭐 그런 것들이 온통 뒤엉켜 있었다. 그들의 대화가 끝나기까지 나는 옆에 앉아있었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너도 그런 걸 물어보는구나…
친구의 그 질문을 이상하게 여겼던 건, 나는 늘 그 질문을 듣는 쪽이었으며 그 단순한 질문이 가지고 있는 많은 의미에 대해 미쳐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친구는 말했다. 그건 사랑한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는 거라고. 나는 그 의외의 대답에 조금 당황했고, 어째서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라는 마음에 조금의 창피함을 느끼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한 가지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입맛이 까다로우셨다던 외할아버지를 위해 모든 걸 두 가지로 준비했다던 외할머니에 대해서. 저녁 때마다 식사 준비를 하던 내 엄마의 뒷모습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알지못했던 그녀들의 사랑에 대해서.
그날은 퇴근이 평소보다 늦어 일곱 시가 넘어서야 콜럼버스 서클에 도착했다. 포스트 잇에 적어간 재료를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시간이 늦어 바게트가 있을지 몰랐지만 우선 부숑에 들러보기로 했다. 다행이도 바스켓에는 단 하나의 바게트가 남아있었고, 난 그걸 옆구리에 끼고 나머지 저녁 재료를 사러 갔다.
홍합 손질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었다.
산 놈과 죽은 놈을 구별하는 법, 산 놈을 손질하는 법을 동영상으로 찾아보고, 4파운드나 되는 홍합을 손질했다.
계란 노른자, 올리브 오일, 그리고 레몬으로 소스를 미리 만들어 놓고, 바게트는, 2센티 두께로 썰어 오븐에 넣었다. 양파를 다지고 기름을 두른 팬에 양파를 볶기 시작했다. 양파 볶는 냄새가 주방을 온통 채웠을 때, 그 안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다진 마늘도 조금 넣고, 끓기, 시작했을 때 화이트 와인을 부었다. 그리고 그 멋진 조합 안에 홍합을 넣고 뚜껑을 덮었다.
얼마 후 슬며시 맛있는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홍합이 하나 둘 열리기 시작했다. 뚜껑을 열고 다진 타임을 솔솔 얹어 놓으니 뿌듯할 만큼 근사한 요리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오랜만에 한 식탁에 앉은 가족을 위해 사랑을 꾹꾹 담은 저녁밥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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