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시간은 자꾸 가는데 당신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매일 아침 내게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를 가장 먼저 했던 당신이 말이죠.
비가 오던 날에도, 햇빛이 쨍쨍 내리 찌던 날에도, 계절이 바뀌고 눈이 펑펑 내리던 날에도, 늘 그 자리에서 아침 인사를 했던 많은 날들을 생각해 봅니다.
어느 이른 새벽, 평소보다도 훨씬 일찍 출근했던 날, 난 눈을 반쯤 감은 채 전철역에서 나왔고 그 새벽 당신은 어김없이 좋은 아침이라 크게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아침은 언제 시작되는 걸까요. 그날 당신은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을까요. 한 번쯤은 나도 당신에게 큰 소리로 인사했더라면… 내가 작은 목소리로 아침 인사를 하며 당신 옆을 지나갔을 때, 당신은 그 소리를 들었을까요.
내가 그 사람을 만났던 날은 햇살이 따스했던 겨울날이었습니다. 나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배우러 갔고, 그곳에는 나같이 폴라로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수업이 있었고 이후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어쩌다가 나는 그 사람과 자유시간 사진을 찍으러 같이 나가게 되었습니다. 차이나 타운에서 사진을 찍어 보는 게 어떻겠냐 묻는 그 사람의 말투는 확신으로 가득 찬, 그곳에 가면 폴라로이드 필름이 아깝지 않을 만한 그림들이 많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고 나는 흔쾌히 앞장서는 그를 따라갔습니다.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은 공원에서 장기를 두었고, 어린아이들은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순간 나는 내가 뉴욕에 있다는 걸 잠시 잊기도 했습니다. 분명 그날 내가 본 그 광경은 뉴욕의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으니까요.
우리는 몇 장의 사진을 찍은 뒤 스튜디오로 돌아갔고, 난 현상된 사진들을 신기해하며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날 빨간 손톱이었던 내 손이 폴라로이드에 찍혀 있었고, 그 사진의 조화가 마음에 들어 한참을 들여다 보기도 했습니다.
헤어지기 전 그는 가끔씩 사진을 찍으러 가자며 명함을 건넸습니다.
가끔 메일로 안부를 주고받았지만 나는 선뜻 사진을 찍으러 가지는 못했습니다. 나는 어렸고 나는 모든 걸 조심했고 의심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갔고 어느 날 또 연락이 닿았습니다.
추수 감사절이었는데 비엔나로 출장 계획이 있다며 조금 지친듯한 말투였고, 이제는 조금 다른 일을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정말 어른 같은 유연함을 보였습니다. 그는 내게 사진을 계속 찍는지 물었고, 출장에 다녀와서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그날 대화를 그렇게 끝냈습니다.
뉴욕에 봄이 돌아왔고 나는 골목골목을 다니며 길지 않을 봄의 모든 걸 마음껏 껴안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폴라로이드에 담고 싶었습니다. 비싼 필름 값 때문에도, 게으름 때문에도 그동안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폴라로이드를 꺼냈고, 나는 그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뉴욕에 돌아왔는지 연락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전에 느꼈던 불편함은 사라졌고, 오랜 친구에게 연락을 하는 듯 반가운 마음뿐이었는데 내가 그렇게 마음을 먹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고 그럴 수 없을 때였습니다. 뉴욕 타임스에 실린 그 사람의 부고를 보고 말았습니다.
메일을 열어보니 주디가 많이 아파 입원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감기가 심하게 걸린 것이라니 금방 좋아지시겠지 그리 생각하고 카드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메모를 해놓았습니다.
이상하게 불길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꽃구경을 하는 계절이 곧 돌아오니, 식물원 나들이를 가야 하는 계절이 금방이니, 곧 일어나시겠지 생각하며 그 이상한 불안을 밀어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카드 사는데 며칠, 카드 써서 보내는데 며칠.
그리고 며칠 뒤 메일이 왔습니다. 주디가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주디가 내가 보낸 카드를 못 봤을 텐데, 가보지 못해서 미안하고 우리 모두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도 하지 못했는데…
나는 왜 자꾸 늦는 걸까요. 갑자기 우리에게 닥치는 일들을 피할 길은 없다 해도 왜 자꾸 후회하게 되는 걸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