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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금요일 요가

친구의 권유로 몇 개월 전부터 요가 스튜디오에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요가가 한창 인기 있었는데, 그때 디브이디를 보면서 요가를 배웠고, 대학시절 운동을 하면서 살겠다 결심한 이후에는 꾸준히 운동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스튜디오에서 낯선 사람들과, 누군가 에게로부터 지도를 받으며 운동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헬스클럽을 다니면서도 트레이너와 운동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무시했고, 여러 친구들이 트레이너와 그룹 운동의 즐거움을 얘기할 때 난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변명을 대며, 내 페이스 대로, 내 마음대로 편하게 운동하고 싶다며 늘 친구들의 권유를 무시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회사 헬스클럽 월요일 저녁 요가에 등록을 했다.

 

 

늘 마음은 있지만 퇴근 후 집에서 운동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무언가 규칙적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에 월요일 저녁마다 요가에 가기로 했다.

월요일 요가는 한동안 괜찮았다. 루틴에서 사라진 요가를 꾸준히 규칙적으로 할 수 있어 좋았는데, 문제는 십 년 디브이디 요가를 했던 내게는 좀 쉬웠다.

 

그런 나의 딜레마를 듣던 친구가 말했다.

그거 알아? 너 뉴욕에 산 다는 거? 뉴욕에 요가 스튜디오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

마라톤을 일 년에 몇 번씩 완주하고 두 번째 철인 삼종 경기를 준비하던 그녀의 말에 난 솔 깃 했고, 그녀는 스튜디오 운동에 드디어 마음을 연 나를 위해 클래스 패스 할인권을 보내주었다.

 

그날 저녁 나는 뉴욕의 베스트 요가 스튜디오 검색을 시작했다. 웹사이트를 하나하나 찾아가 그곳만의 특징이라 던 지 분위기를 살펴보았고, 그렇게 사전 조사 중 마음에 드는 스튜디오를 하나 찾았다.

노호에 있는 스튜디오. 금요일 저녁 따뜻하게 데워진 스튜디오에서의 요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난 바로 수업에 등록을 했고 금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스튜디오는 예상대로 근사했다. 노호의 분위기와 너무 잘 맞는 넓고 분위기 있는 스튜디오에서, 낮고 다정한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요가를 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스튜디오를 찾았다는 기쁨에 뿌듯했다. 또 집에 와서는 더운 요가 때문이었는지 피곤이 밀려와 꿀 잠을 잤다.

 

그 첫 요가 수업 이후 나는 다섯 가지 운동을 스튜디오에 가서 배웠고, 또 열 군대의 스튜디오에 발을 들여놓았다. 정말이지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였다. 관심도 없고 꺼려했던걸 이렇게 즐기게 될 주는 정말 몰랐으니까. 처음 해보는 복싱, 플라잉 요가, 발레 운동, 스핀 클래스. 처음 하는 걸 시도하면서 창피하지 않을까 그런 망설임이 없지 않았지만. 어차피 그곳에서 보는 사람들은 다시는 안 볼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그런 망설임은 떨쳐 버렸다. 그렇게 운동을 배우면서 몸과 정신 건강에 외에도 난 많은걸 얻었다. 내 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되는 것도 있었고 (저혈압은 플라잉 요가를 피해야 한다는 거.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해보고 싶어, 괜찮겠지 하며 시도했다 엄청 고생했음), 또 생각보다 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렇게 게으르지 않다는 생각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것도 같았다.

 

또 어느 한 가지 운동이나 스튜디오가 마음에 들어 그곳을 자주 찾아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스튜디오가 있는 동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습관 같은 게 생기기도 했다. 노호에 있는 요가 스튜디오 근처에 정말 괜찮은 커피숍을 발견하고, 웨스트 빌리지 요가 스튜디오 덕분에 같은 블록에 있는 새로운 발레 운동 스튜디오를 찾기도 하고, 또 그러다 발레 스튜디오가 있는 거리의 커피숍과 문구점을 발견하고, 발레 운동을 하는 주말이면 꼭 초콜릿 크라상이 먹고 싶은 이상한 버릇까지. 나의 심심했던 일상은 이렇게 조금 풍요로워졌다.

 

 

 

 

 

Coco and Cru

 

 

 

 

 

 

 

 

 

 

Fish Cheeks

 

 

 

 

Gasoline Alley Coffee

 

 

 

요가 스튜디오: Yoga Vida (666 Broadway 3rd Fl)

맛집: Fish Cheeks (55 Bond St) & Coco and Cru (643 Broadway)

커피숍: Gasoline Alley Coffee (325 Lafayette St) & Think Coffee (1 Bleecker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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