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뮤지엄에 갔던 날이었다. 그날 날씨가 참 좋아서 나는 뮤지엄 테라스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솔직히 그곳은 미술보다 층마다 있는 테라스가 더 인상적이고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한 시간이 넘게 햇빛 아래 앉아 있다 보니 시원한 커피 생각이 났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커피숍을 찾아가 아이스 라테를 사서 커피숍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였다. 휴가 삼 일째 되던 날의 여유는 정말 달콤했다.
혼자 저녁을 먹고 들어갈 계획이었고, 저녁 장사 시작 전까지 커피숍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할 계획이었다. 멍하니 앉아 죽치고 있는데 옆에 앉아도 괜찮겠냐고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언뜻 보기에도 여행자처럼 보이는 중년 여성. 배낭을 메고,, 반 바지, 운동화 차림에, 해변에서 여름을 보낸 듯 그을린 그녀는 웃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앉을 수 있도록 옆으로 움직였고 그녀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자리가 충분하다며 내 옆에 앉았다. 꼬불거리는 갈색 머리의 그녀를 보며 그녀가 어디에서 왔는지 대충 예상을 했다.
혼자 여행 중이었던 그녀는 서부 여행을 마치고 동부로 왔다고 했다. 그녀는 홀로 여행 이주는 외로움 때문이었는지 내게 계속 말을 했다. 그럴 만도 했다. 혼자 다닌다는 건 하루 종일토록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니까. 그녀는 런던에 살고 있고, 직업은 교수, 또 고향은 스페인이라고 했다. 뉴욕에 이십 년을 살았는데 아직 캘리포니아에 가보지 않았다는 내게, 그녀는 다음 여행은 캘리포니아로 다녀오라고 했다. 뉴욕과 너무 달라서 같은 나라가 아닌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그녀의 고향에 대해 물어봤다. 늘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스페인은 스페인 사람에게 어떤 나라인지 궁금했다. 작은 마을 출신이라고 말한 그녀는 고향 사람들은 대부분 그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의 부모님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곳에 사셨다고 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년 여성이 이렇게 혼자 여행을 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어떡해 그녀는 그런 나의 궁금증을 읽었는지, 자신은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다 했다. 아. 그랬구나…
그녀는 얘기를 이어갔다. 최근 가장 길었던 7년 연애에 대해 얘기해주기도 했다. 그 남자와는 꽤 오랜 시간 같이 살기도 했었고, 그렇게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은 참 좋았었다고. 너무 쿨 한 그녀의 말에 나는 어쩌면 너무 개인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결혼하지 않은 거, 아이가 없는 거, 후회하지 않냐고. 그녀는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하지만 따뜻하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지금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말이다.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기른 친구들보다 더 행복하면 행복했지 덜 행복하지 않은 거 같다는 게 그녀의 결론이었다. 물론 그녀의 부모님들은 한동안 그런 딸을 걱정했지만 언젠가부터 그녀의 선택을 믿고 편해지셨다고. 그녀는 또 말했다. 남자가 진정 결혼을 원했다면 자신도 결혼했었을 수도 있었겠다고. 그녀는 내게 좋은 사람을 만나면 연애를 하라고, 또 여행도 많이 하라고 그렇게 말하며 나를 두고 다시 여행길을 나섰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은 힘찼다.
Whitney Museum
Old Homestead Steakhouse
Toro
************미트패킹 가이드*************
맛집
Old homestead Steakhouse - 56 9th Avenue
STK - 26 Little W 12th St
Toro - 85 10th Avenue
Pastis - 52 Gansevoort St
Buddakan - 75 9th Avenue
커피숍
Blue bottle - 450 W 15th St
Attraction:
Whitney Museum - 99 Gansevoort St
Chelsea Market - 75 9th Avenue
The High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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