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맞는 두 번째 봄이었다. 너무도 길었던 겨울이 끝났음을 사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그런 봄날이고 공휴일인데 뭘 할까? 집에서 뒹굴기. 그것보다 좋은 게 없지.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좀 있다 보니 심심했다. 분명 런던에 와서 변한 점이었다.
언제까지 런던에 있게 될지 확실치 않아서 그런지, 나는 자주 런던을 떠나 여행을 가고, 집에 있기보다는 밖에 나가는 걸 더 즐기게 되었다.
얼마 전에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 초상화 미술관으로 향했다.
영국의 역사, 예술, 사상, 모든 걸 초상화를 통해 알아가는 거였다. 어떤 의미를 담아, 어떤 의도로 그려졌는지 알 수 없어도,
가장 진실된 모습을 담아낸 그림만이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뮤지엄 숍에 들러 예전에 열렸던 전시 회 카탈로그들이 있는지 둘러봤다. 예상대로 몇 권의 카탈로그가 있었는데,
그중 러시안 예술이라는 책에 눈이 갔다. 오늘의 양식을 얻은 기쁨을 안고 봄바람이 부는 런던 시내를 걸었다.
St. Martin's Pl, London WC2H 0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