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날 오후 그곳을 떠나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비가 오려는지 아침부터 먹구름이 잔뜩 꼈고 공기는 습했다. 떠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을 듯했던 유쾌하지 않은 아침이었지만 짧은 여행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또 시카고에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더 그랬다. 난 예정대로 뮤지엄에 가기로 하고 준비를 했다.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뮤지엄을 찾아가는데 택시를 탈까 잠시 망설였지만 그래도 여행이니 걸어가는 게 나을 듯했다. 그렇게 하는 게 조금 더 여행 다울 것 같았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뮤지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배낭을 메고, 얼굴만 한 카메라를 들고, 표를 사려고 줄을 선 사람들은 꽤 많았고 나도 그 줄에 합류했다.
표를 사고 지도들 받아 들고서 나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뮤지엄에 대해 알아본 것이 없었고, 그곳에 어떤 그림이 있는지는 당연히 몰랐기에 그저 우연히 마주치는 모든 것을 깊이 감상하겠다 뭐 그런 마음으로 나는 그곳을 찾았지만 그렇게 다니다가는 아무것도 보지 못 할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너무 많은 것이 이상했다. 그제야 나는 지도를 폈고, 그제야 나는 그곳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뮤지엄이라는 걸 알았다. 한동안 지도만 들여다 보고 서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뮤지엄 직원은 내게 어디에서 왔는지, 그곳에는 처음인지 물었다. 뉴욕에서 왔으며 첫 방문이라 말하자 그는 메트로폴리탄 다음으로 큰 뮤지엄이라고,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뮤지엄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그의 그 말은 모네의 그림이 여럿일 거라는 얘기였고, 내가 좋아할, 빠져버릴 그림이 많다는 얘기였다. 그는 지도 뒷면에 그곳에서 꼭 보고 가야 할 작품 열 가지가 나열되어 있음을 상냥하게 설명해주기 도다. 나는 그에게 여러 번 고맙다 인사를 하고 내가 그곳에서 꼭 보고 가야 할 그림들을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