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피카를 찾아갔던 날은 다운타운의 모든 게 싫었던 날이었고, 간절히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이 가득했던 날이었다.
커피 한 잔을 마셔야겠다 생각했고, 나는 무언가에 이끌려 뒷골목으로 걸어갔다.
검은 페인트 칠이 된 문과 간판은 다운타운의 분위기와 어울렸고,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 순간 나는 알았다. 지루함과 무심함으로 가득 찬 하루를 바꿔줄 무언가를 찾았다는 걸.
진한 커피 한 모금을 넘기고는 눈을 감았다.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조용하고 따뜻한 공기가 맴도는 그곳은 나에게 조금 쉬어 가라 말하는 것도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같이 피카를 찾았다. 때로는 아침에, 때로는 오후에, 때로는 하루에 두 번도.
시간이 멈춘 듯한 오후면 피카에 가면 되는 거였다. 나는 그렇게 매일을 보냈다. 피카는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되었다.
비가 많이 내리던 아침이었다. 바람까지 무섭게 몰아쳤고 비는 그 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아침 나는 우산을 들고 피카에 가려고 길을 나섰다.
바람에 우산이 뒤집히고 유쾌하지 못한 일이 생길 위험도 많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가 내려서였는지 가게는 평소보다 더 조용했고 나지막한 음악소리와 밖에서 들려오는 빗방울 소리가 가게 안을 가득 매웠다. 한숨이 나왔다. 아, 여기에 앉아서 계속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 손에는 커피 컵과 초콜릿 크라상이 든 봉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우산을 펴려고 시름을 했다. 그러던 중, 빗방울, 소리가 음악소리처럼 들려왔고 나는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피카 문 앞에 한동안을 서있었다. 삶의 소소한 아름다움은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예기치 못한 곳에 있었던 것이었다.